당신은 몇 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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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담소 댓글 0건 조회 3,085회 작성일 07-03-09 10:31본문
[중앙일보 박지영.권혁재] 출생 순서에 따라 나타나는 성향을 일반화.단순화하기는 쉽지 않다. 연세대 황상민(심리학) 교수는 "심리학에서는 근거 없는 얘기로 본다"고 말했다. 개개인의 성향은 본인이 타고난 기질과 부모의 양육방식에 기초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러 자녀를 키워본 경험이 있거나 형제들 틈에 끼여 살아야 했던 사람들은 '출생 순서 이론'에 맞장구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오는 행동과 심리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출생의 심리학'의 저자 클리프 아이잭슨은 책에서 "같은 출생 순서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사고방식, 감정의 기복, 대인관계 등에서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며 "가정이 평화로우면 출생 순서 성격이 두드러지지 않은 반면 방치.과잉보호.처벌 등이 만연한 가정의 자녀는 출생 순서에 따른 성격적 특성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심리학자 케빈 레만은 저서 '새로운 출생 순서'에서 "출생 순서와 형제관계는 성장하는 자녀에게 최초의 사회환경이며 자녀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인격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을 떠나 출생 순서에 따른 성격을 알면 대인관계와 일상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왜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지, 상사가 왜 갑자기 화를 내는지, 우리 아이에게 무슨 직업이 어울릴지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정리해 봤다.
박지영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첫째 우유부단한 '범생이'
일반적으로 첫째는 장군감 또는 리더의 이미지로 인식되지만 현실은 그와 정반대다. 첫째는 둘째에게 빼앗긴 사랑과 관심 때문에 혼란스럽다. 둘째가 태어나는 순간 '우주의 중심'이었던 자신은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느낌을 받는다.
빼앗긴 사랑을 되찾기 위해 첫째는 늘 다른 사람의 반응을 살핀다. 그래선지 대부분 온순하고 상냥하다. 박미성(37.여.학원 원장)씨는 "동생들을 이끄는 입장이다 보니 내 의견보다는 부모님이나 동생들의 의견을 주로 따랐다. 남들은 착하다지만 내가 보기엔 우유부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첫째는 '첫 번째'라는 특수성 때문에 부담을 안고 살아간다. 이상직씨의 논문 '한국사회에서의 맏이 콤플렉스에 대한 연구'(2003년)에 따르면 맏이는 ▶가족에 대한 염려에 시달리고 ▶부모의 기대와 요구에 민감하며 ▶모범생 의식에 사로잡혀 있고 ▶자기보다 나은 동생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겪는 등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갈구하는 것 … 사랑
■숲속을 걷는다면 … 목적지를 향해 무작정 길을 떠난다
■운전 스타일 … 도로 상황을 봐가며 가끔씩 반칙도
둘째 불 같은 완벽주의자
초등학교 6학년생인 진경(13)이는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 끼인 전형적인 둘째 딸이다. 만들기.달리기 등 하는 것마다 결과가 좋다. 반면 부모님이 안 볼 때 동생에게 꿀밤을 주는 등 동생을 질투한다. 진경이 엄마는 "둘째는 유순한 언니와 달리 욕심이 참 많다. 책상도 항상 깔끔하게 정리하는 등 완벽주의자"라고 말한다.
둘째는 첫째를 따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이고, 지루한 것을 싫어한다. 작가.예술가.금융인 중 둘째의 성격을 지닌 사람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주변 질서가 잘 지켜지도록 완벽을 추구한다. 웬만해선 현재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자기 맘에 들지 않거나 상황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극도로 예민해져 신경질을 부리기도 한다.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은 외모에도 영향을 미친다. 거울을 보며 표정을 연구하고, 하루에도 옷을 여러 번 바꿔 입는 건 대부분 둘째의 성향에 해당한다.
■갈구하는 것 … 감정
■숲속을 걷는다면 … 발 주변만 유심히 살피다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한다
■운전 스타일 … 다른 운전자들이 교통규칙을 안 지킨다며 거칠게 차를 몬다
셋째 겁 없는 박애주의자
셋째는 손위 형제들의 압박이나 조롱 등 위협적인 세상에서 당당하게 대응하는 법을 터득해 나간다. 이 두려움을 극복한 셋째는 겁없는 사람으로 변신한다. 꼭 해야 할 힘든 일이 있거나 매우 위험한 상황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셋째는 태생적으로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기를 좋아한다. 동정심도 많은 편이다. 남을 돕기 위해 때론 자신의 욕망이나 좋아하는 일을 희생하기도 한다. 간호사나 봉사자 중에는 셋째가 많다.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등지에서 구호활동을 벌이는 한비야(48)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은 전형적인 셋째. 씩씩하고, 당당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부모님이 자식 둘을 키우다 보니 프로가 되셨나 봐요. 셋째인 나에게 무슨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걸 다 해 볼 수 있었죠. 여섯 살 때 동네 사람들 심부름을 시작했으니 어렸을 때부터 남들 돕는 게 체질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누나 둘을 둔 '첫아들' 셋째는 오히려 외동의 성향을 보인다.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누나들이 받았던 것 이상의 애정과 관심을 듬뿍 받는 등 왕자로 크기 때문이다.
■갈구하는 것 … 보호
■숲속을 걷는다면 … 길 잃은 사람들을 도와가며 전진한다
■운전 스타일 … 겁없거나 완전 겁먹었거나
넷째 고독한 합리주의자
넷째는 심리학적으로나 가족 내에서도 잊혀진 존재다. 많은 손위 형제들에게 시달리는 데다 부모나 주변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이 때문에 아무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잘 열지 않는다. 또 수줍음을 잘 타고 남들의 비판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결국 넷째는 자기계발에 매진한다. 정말 열심히 일하고, 게으른 사람을 싫어한다. 넷째로 자라면서 주변 사물이나 정황을 분석적으로 파악하는 힘이 생긴다. 따라서 합리적이고 이해심이 많으며 주변의 신뢰를 얻는다. 하지만 성격은 무뚝뚝한 편이다.
한의사 이은숙(34)씨는 위로 언니 셋을 둔 넷째 딸이다. "부모님이 차별을 두지 않으셨지만, 넷째라는 특성상 관심을 덜 받은 건 사실이에요. 형제 중에서도 말수가 적은 편이었지요. 아양 떨 필요도 없었으니까…."
■갈구하는 것 … 소속감
■숲속을 걷는다면 … 숲에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에게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알려준다.
■운전 스타일 … 주변 풍경을 보며 천천히 운전하기
외동 조숙한 눈치 9단
친구들과 놀기보다는 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 좋아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외동의 성격을 타고났다.
외동은 집안에서 왕이다. 모든 사람들이 떠받드는 존재다. 가만있어도 남들이 다 해주는 습관이 몸에 밴 외동은 그룹 속에서는 주도권을 잡기보다 방관자로 남는다. 그래서 집단에 속할 때보다 혼자일 때 안정감을 느끼고 행복해한다. 외동은 자기만의 세계에서 상상력을 발전시켜 나간다. 학창 시절 추억의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고, 자동차나 야구 등 자기만의 취미에 열광한다.
외동은 대체로 조숙하고 눈치가 빠르다. 부모나 조부모. 이모 등 어른들에게 둘러싸인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어른의 사고나 생활방식 등을 빠르게 흡수한다.
퓨전 연주그룹인 '퍼니밴드'의 문원기(32)씨는 "개인적인 고민을 얘기할 형제가 없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해 왔다. 이로 인해 친구들보다 성숙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삶을 지혜롭게 영위해 나가는 법을 자라면서 체화한 것이다.
■갈구하는 것 … 자유
■숲속을 걷는다면 … 오솔길로만 똑바로 걸어간다
■운전 스타일 … 다른 운전자들처럼 '원칙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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